(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일감부족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가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유가·환율 급등까지 겹치며 '3중고'(일감부족·유동성 악화·대외 리스크)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이란발 긴장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건설업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8.7원 오른 1384.3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21일(1387.2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유가와 환율 상승이 장기화하면 국내 건설사의 생산비용과 수입비용이 늘어나 수익성 악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가 상승하면 아스팔트와 플라스틱, 철강, 시멘트 등의 주요 건설자재의 생산 원가가 오르고, 운송·물류 비용도 함께 증가해 현장의 운영비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60% 상승하면 건축물은 1.5%, 일반 토목시설은 3% 가까이 생산비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상승 역시 부담 요인이다.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무연탄, 철근의 원료인 철스크랩·철광석 등의 수입 가격이 올라가면서 원자잿값도 상승하는 것이다.
김성환 건산연 연구위원은 "유가와 환율이 오르게 되면 안 그래도 부담이 큰 공사비가 더 가파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요즘 고급 건축물의 경우 유럽 등에서 수입되는 자재들도 상당히 많아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중동 정세에 따른 대외 변수는 건설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해외건설 수주에서도 발주처가 계획을 연기하거나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대외 악재가 이전부터 누적된 업계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 건설업계는 일감 부족과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업체는 214곳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18% 증가한 것이다. 종합건설업 폐업 증가는 공사비 상승,PF위축, 지방 미분양 사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일감 부족 현상으로 풀이된다.
지방 미분양도 건설사의 자금난을 키우는 주된 요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8920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만 2392가구가 지방에 집중돼 전체 미분양의 80%를 차지한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은 2만 5117가구로, 전월 대비 5.9% 증가하며 11년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신동아건설, 대저건설, 삼부토건, 등 10여곳의 중견건설사가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다"며 "미분양 증가,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에다가 중동발 위기까지 덮치면서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