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세 나오는 족족 빠진다"…강남·동작은 '반값 전세' 속출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 대비 전세가 비율)이 평균 50% 수준까지 내려왔다. 매매가격에 비해 전세가격 하락폭이 가파른 영향이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갭투자'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전세를 낀 상태로 집을 살 경우 필요한 자금이 늘어나 아파트 매입에 대한 '기회비용'이 더 커진 셈이다. 높은 금리도 이 비용을 키운다. 매매 수요 감소는 집값 추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일 KB국민부동산 2월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2월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1.2%로 지난해 11월(53.9%)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이 66%인 것과 비교하면 서울의 전세가율이 훨씬 낮다.
KB가 지난해 11월부터 종전 152개 지역 표본 조사에서 전수 조사(240여개 지역)로 대상을 확대하면서 시계열이 달라졌다. 마지막 표본 조사 때인 지난해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7%다. 단순 수치만 볼 때 이달이 지난 2012년 1월(51.2%) 이후 11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강남구 42.5%, 용산구 43.2%, 송파구(45.3%), 서초구(45.9%) 등 서울 규제지역의 전세가율은 50%를 밑돌았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양천구(49.1%)가 유일하게 50% 아래다.
다만 전세가격이 크게 내린만큼, 이제는 떨어질만큼 떨어진 '저점'이라는 인식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서울 지역 KB부동산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71.4로 지난해 8월 75.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66.0/ 지난해 12월에는 53.8로 더 낮았다.
전세거래지수는 16.1로 2021년 7월 16.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1월 8.1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전셋값이 크게 내리면서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세 거래는 조금씩 증가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1만703건을 기록한 후 11월부터 9000건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27일 기준 2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8014건으로 늘었다. 거래 신고 기한(1개월 내)이 한 달 이상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1만건을 넘길 전망이다.
특히 가격이 시세 대비 낮은 급전세 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체결되는 분위기다. 서울 마포구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사정이 급해 싸게 나온 급전세는 나오는 족족 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셋값은 최근 1년 동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5억9297만원으로, 1년 전 6억7257만원에 비해 7960만원 내렸다. 2021년 2월(5억9828만원) 이후 2년 만에 5억원대로 하락했다.
입주 물량이 몰린 서울 강남구와 동작구에서는 최고가 대비 '반값'까지 내린 전세 매물도 속출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입주물량이 집중되면서 전셋값이 크게 내렸고, 전세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난 것이 거래 증가를 이끈 것"이라고 설명했다.
2월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9억9333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6월 10억1416만원을 기록한 이후 1년8개월 만에 1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 10억1333만원보다 2000만원(2.0%) 내렸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21년 6월 10억원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으로 올랐다. 2022년 7월에는 10억929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내리막길에 올랐다.
중위가격은 가격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장 중앙에 위치한 값을 의미한다. 평균과는 다르다.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12억2482만원으로 전월(12억3918만원)보다 1436만원(1.2%) 떨어졌지만 10억원을 웃돈다.
시장에서는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으로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크게 하락하며 중위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약세다. 중위값 5억원선 붕괴가 눈앞이다. 2월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5억1333만원으로 전월 5억2667만원 대비 1334만원(2.5%) 하락했다. 평균 전셋값은 5억9297만원으로 집계됐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