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재에도 '둔촌주공' 갈등 평행선.."끝난건 아냐, 계속 조율"
서울시 중재안에 조합 "수용"·시공단 "거부"대부분 항목에서 입장 엇갈리지만 조율 여지는 남겨둬
시공단 타워크레인 철거도 일단 '멈춤'.."중재 기다릴 것"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황서율 기자] 서울시의 중재에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시가 내놓은 중재안에도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며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다만 협상을 멈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첨예한 갈등 국면 속 극적인 타결을 이뤄낼 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지난달 27일 서울시가 양측에 제안한 중재안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서울시에 각각 전달한 상태다. 조합은 서울시 중재안을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시공단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 중재안에 어떤 내용 담겼나=서울시 중재안에는 총 10개의 조항이 담겨있다. ▲조합과 시공단이 기존 계약의 유·무효를 더이상 논하지 않고 공사비 변경계약 약 3조2000억원은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진행 ▲시공단은 조합의 마감재 요구 관련 미계약 부분을 조합과 협의해 수용하되 계약 변경에 따른 위약금과 증액분은 조합이 부담 ▲조합은 분양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과 품질 확보를 위한 공사기간 연장, 공사중단·재개 등에 따른 손실 등을 수용 ▲조합은 시공단에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고 올해 4월 처리한 계약 무효 총회 또한 철회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전제로 시공단은 30일 이내 공사를 재개하고 조합의 이주비 등 사업비 지원에 협조하도록 했다. 또한 향후 추가로 불거질 갈등에 대비해 조합은 총회를 거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사업대행자로 지정해 전권을 위임하고, 양측은 사업대행자의 판단에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양측의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특정 범위에 한해서는 시의 결정을 따르라는 의미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제 28조 1항에 근거한 것이다.
◆조합 "일단 찬성"…시공단 "일단 거부" 이견 못 좁혀=조합은 서울시 중재안을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2일 서울시에 전달했다. 조합 관계자는 "전반적인 내용에 찬성한다. 소송 취하, 계약취소 총회 무효화도 서울시의 권고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공사비 증액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임 집행부의 증액 결정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만큼 한국부동산원을 통해서 공사비 증액 규모 등을 재판단하자는 서울시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에는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LH와 SH에 전권을 위임하는 부분에 대해 "조합의 역할은 남아있어야 하지 않겠냐"라며 "역할 분담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합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 측은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손실 비용을 조합이 책임지는 부분에 대해서도 귀책 사유를 따져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시공단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31일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시공단은 '선(先) 갈등해결, 후(後) 공사재개' 입장을 꾸준히 견지하고 있다. 조합의 소취하와 공사비 증액 의결이 먼저 마무리돼야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갈등을 정리할테니 한 달 안에 공사부터 재개하라는 입장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LH나 SH를 조합의 사업대행자로 내세우는 부분도 양측의 신뢰를 잃은 상태서 조합의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사기간 연장에 대한 손실 비용을 조합이 책임지는 부분에 대해서도 계약에 반영하고, 일반분양 모집공고 일정을 확정하는 등 더이상의 공사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확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마감재 고급화에 대해서도 조합과의 협의에 난색을 표했다. 서울시의 중재안 대부분을 불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사태 장기화 vs 극적 타결 기로…일단은 대화 이어갈 듯=서울시의 중재 노력에도 갈등 해결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합과 시공단이 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한다면 최악의 경우 '제2의 트리마제'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시 조합원들은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 사업부지와 분양권리를 박탈당했다. 둔촌주공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으로 부도가 나면 시공단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다.
조합과 시공단은 중재안에 대한 엇갈린 입장에도 조율 여지는 남겨뒀다. 타워크레인 철거를 잠시 멈춘 시공단은 국토교통부·서울시의 조합 실태조사 결과와 중재 진행상황을 보고 철거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분간은 타워크레인 철거 등 공사 중단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서울시 중재안 중 기존 공사비 증액 계약의 유·무효를 더이상 따지지 않겠다는 점도 양측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조합이 소송 취하와 계약 취소 조치 무효화를 얼마나 서두르는지에 따라 갈등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입장을 고집해서는 사태를 풀 수 없을 것"이라며 "판은 만들어졌고 양측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는가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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