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만6400여 가구가 빈집…2년 째 증가 경기 침체·대선 정국 겹쳐…건설사 법정행↑ “수요 회복 절실…새 정부, 특단 대책 필요”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벽에 할인분양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 뉴시스[데일리안 = 이호연 기자] 전국 준공 후(악성) 미분양 주택이 2만6000가구를 넘으면서 약 12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정부의 미분양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방에는 미분양 물량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악화된 경기와 대선 정국까지 겹쳐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접어든 가운데 지역 건설업계의 줄도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말 전국 악성 미분양 주택은 2만 6422가구로 2013년 8월(2만 6453가구) 이후 11년 9개월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5.2%(1305가구) 늘었다. 1년 9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전국에서 악성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3776가구로 집계된 대구였다. 대구에서는 악성 미분양이 쌓이면서 수 년째 후분양제로 분양하는 아파트들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어 경북과 경남이 각각 3308가구, 3176가구로 뒤를 이었다. 부산(2462가구)과 전남(2364가구)도 악성 미분양 주택이 심각했다.
반면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은 4525가구로 전월(4574가구) 대비 1.1% 소폭 줄었다.
정부가 악성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 미분양 매입 및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 도입 등의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4월 한 달간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 결과 58개 업체, 3536가구가 매입 신청을 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전체 13%에 그쳤다.
지난 3월 지방 미분양 주택 매매시 주택담보대출 금리 혜택을 적용 받은 사례도 단 1건에 불과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대금리를 신설한 3월 24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우대금리 적용 사례는 1건이었다. 경북에서 악성 미분양 주택을 사기 위해 2억원을 대출 받은 사례였다.
여기에 조기 대선 정국을 맞이하면서 지방 건설사들은 분양 일정마저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쓰러지는 중소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광주·전남 중견 건설사 영무토건(지난해 기준 시공능력 111위)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 1988년 설립된 영무토건은 ‘영무예다음’ 브랜드를 내세워 활동해왔다. 그러나 최근 공사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아파트 미분양으로 자금난에 직면했다.
영무토건 외에도 올해 벽산엔지니어링(180위)을 비롯해 신동아건설(58위)·삼부토건(71위)·대저건설(103위)·삼정기업(114위)·안강건설(116위)·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줄도산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택 수요 회복이 필요한 상황으로 대선을 통해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정원주 주건협 회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으면서 “양도세 감면과 취득세 중과 배제 등 세제 지원을 포함한 종합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주택 수요 회복을 통한 지역 경제 활력 제고를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은 지방 인구 감소와 경기불황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근본 원인인 만큼 정부 지원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수요를 끌어오는 등 자연스런 시장 원리로 풀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