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용산 이어 '격전지' 된 한강변…하반기엔 개포·성수 온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 한강벨트를 포함해 곳곳이 대형 건설사들의 격전지로 변했다. 건설경기 침체와 부동산 정책 공백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굵직한 민간 정비사업 일감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성수1지구) 재개발 사업에 대형건설사들이 하나둘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현대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건설사 3곳이 조합에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하며 조기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성수1지구 조합은 올해 8월 말 입찰 공고를 내고 연내 시공사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일대에 총 55개 동, 최고 65층, 9428가구(임대주택 2040가구 포함) 규모 공동주택 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성수1지구는 공사비만 2조원 규모에 달한다. 한강을 끼고 맞은 편에 압구정을 둔 입지적인 강점으로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도 치열하다. GS건설은 이를 위해 글로벌 건축설계사무소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와 협업을 진행한다.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제안 및 해외 설계업체와 협업을 준비 중이다. HDC현산은 아파트 시공을 넘어 디벨로퍼 방식의 지역 인프라 개발 전략을 내세웠다.
성수지구뿐 아니라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한 대형 정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이달 22일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가 맞대결을 펼쳤던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HDC현산이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HDC현산은 용산정비창 1구역 사업을 수주하면서 올해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이 2조2262억원으로 불어났다.
용산정비창 사업은 한강변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에 지하 6층~지상 38층 규모 초고층 빌딩 12개 동과 아파트 780가구, 오피스텔 651실,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만 1조원에 달한다. 해당 부지는 용산역과 바로 인접해 있으며, 인근에 국제업무지구(YIBD), 미군기지 반환부지, 대기업 본사 등이 밀집해 있어 미래 서울 도심의 핵심축으로 꼽힌다.
강남·여의도 사업장도 수주 경쟁이 한창이다. 공사비 8000억 원 규모의 여의도 대교도 이르면 이달 중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현재 삼성물산과 롯데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에서는 6778억원 규모의 개포우성7차 재건축 시공권을 두고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대결이 예고됐다. 양사의 강남권 정비사업 수주 경쟁은 2020년 반포3주구(래미안 트리니원) 이후 약 5년 만이다. 대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내세우고 고급화 전략을, 삼성물산은 글로벌 디자인 설계사인 아르카디스와 협업해 일대 랜드마크급 구축 전략을 내세웠다.
대형 수주가 쏟아지면서 10대 건설사의 올해 정비사업 수주액은 현재까지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27조 8702억 원)의 70%를 가볍게 웃도는 금액이다.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은 하반기에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수주액은 3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 대외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어느 때보다 서울 핵심지의 확실한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